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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자 문화일보 문용린교수 인터뷰-2
2010-03-15 19:55:44 12410

<파워인터뷰> “제왕적 교육감의 막강권한, 교장에게 분산시켜야”
문용린 서울대 교수

▲ 문용린 교수가 “사회 진화의 힘은 적자생존의 원리가 아니라 도덕성”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연수기자

한국 교육계의 원로 문용린 서울대 사범대 교수의 아호는 ‘이우’(以愚)다. 써이(以), 어리석을 우(愚)…바보처럼, 바보 같이.

“앞의 ‘이’자는 벌써 오래 전에 정해놓았고, 한참 뒤에 우연히 뒤의 ‘우’자를 찾았습니다.” 논어에 등장하는, ‘총명하고 생각이 예리해도 항상 스스로를 바보 같이 여긴다’는 말씀의 한 대목이다.

문득 기자가 베이징(北京)특파원 시절에 중국에서 만난 한 교수로부터 배운 말이 떠올랐다. 난더후투(難得糊塗). 직역하면 ‘어리석은 듯 처신하기가 어렵다’인데, 보통은 잘난 척 사는 것보다 바보처럼 사는 게 더 지혜롭다는 뜻으로 쓰인다. 문 교수의 말 속에서 바로 난더후투라는 용어가 연상됐다.

“아 그래요. 저도 그걸로 칼럼을 한 번 쓴 일이 있습니다.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지만 총명하면서 어리석은 듯 보이기는 더 어렵다…. 제가 참 좋아하는 문구죠.” 문 교수의 입에서 난더후투의 연원과 해석이 줄줄이 나왔다.

8일 오후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문 교수는 온화하면서도 해박했고 지적이었다. 문 교수는 우리 사회와 교육이 겪고 있는 문제점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그의 교육철학은 한마디로 ‘도덕이 진화의 힘’이란 말로 요약된다. 무슨 뜻일까. “인류역사의 진화라는 게 협동의 힘이거든요. 인류 진보의 바탕을 보면 사람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나가는 과정인데, 협동이 잘 일어나는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진보하고 발전해요. 전성기 로마시대가 그랬죠. 시민들이 똘똘 뭉칠 때 전성기를 이뤘고, 분열하자 멸망했죠. 그런데 서로 믿어야 협동이 나오고 믿음은 정직할 때, 책임적일 때, 약속을 잘 지키고 타인을 배려할 때, 즉 도덕성을 바탕으로 생깁니다. 소유 문제가 클리어(깨끗)하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는 원칙이 있을 때 도덕적인 사회가 되고 그런 사회가 진화하고 경쟁력을 가졌어요.”

문 교수는 도덕성이 사회 진보의 토대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역설했다. “사람들은 물질적인 조건이 발달된 사회에서 진화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덕성이란 ‘소셜 캐피털(사회적 자본)’ 없이는 안되죠. 도덕이란 덕목이 지켜질 때 사회적 자본도 높아지는 거니까. 도덕적 덕목이 높을 때 경쟁력 있는 공동체가 되는 거예요.”

문 교수에 따르면 과거에 인류와 사회 진화의 동력이라고 믿었던 경쟁과 적자생존의 원리 이런 것들은 인류를 진화의 길로 안내하기보다는 제국주의와 나치즘, 계급투쟁이론을 낳았을 뿐이다. 문 교수의 머릿속에서는 사회가 시간과 더불어 적자생존의 원리에 의해 진보한다고 주창했던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은 이미 폐기된 듯이 보였다.

화제는 한국적 상황으로 옮아갔다. “우리나라가 정체되는 이유가 결국 노사나, 여야나 서로 못믿어서 그러는 것 아닌가요. 정부와 여당이 세종시 수정안은 좋은 거다라고만 말하면 야당도 못 믿고 여당 내에서도 못 믿고. 수많은 정파들이 불신하고 정파적 이해득실을 갖고 싸우고. 다 일리는 있지만 철학이 좀 다르니 우리 함께 양보하자 이렇게 돼야 하는데 타협이 안되는 거예요. 불신 때문에 그런 겁니다.”

도덕은 단지 착하다는 개념을 넘어선다. 문 교수가 말하는 도덕이란 사람들이 신뢰하고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조건이다. 그저 착하기만 한 것은 개인적인 문제일 뿐 사회적 자본을 구성하는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게 문 교수의 참뜻이다. “어디든 사람들이 모이면 미워하기도 하고 긴장도 갈등도 있는 법이에요. 하지만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고 타협하고 믿고 이렇게 치유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없어요. 죽을 때까지 미워할 뿐이죠.”

문 교수는 “우리나라가 먹을 것 쌓아놓고 연탄도 광에 잔뜩 재놓고 그래야 안심이 되던 시대가 아니잖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엔 돈이 중요했죠.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존재양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소득 3만달러 시대에 도덕 문제를 업그레이드시킨 뒤 경제발전을 해야 합니다. 아니, 거꾸로 도덕 없이는 궁극적인 발전도 없어요.” 문 교수는 이런 면에서 프랜시스 후쿠야마를 많이 닮았다. “신뢰가 있는 곳에 경제발전이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후쿠야마를.

문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는 교육비리에 대해 통렬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교육계에 몸 담은 분들이 일반인들보다 특별히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보지는 않아요. 하지만 교육계의 파워 스트럭처(권력구조)가 잘못돼 있고, 이것이 도덕적 타락을 더욱 부추기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문 교수는 교육감 한 사람한테 파워가 너무 몰려 있는 문제를 일일이 거론하며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만 한 해 8조원을 써요. 그걸 모두 교육감이 주무릅니다. 서울에서 10만명의 선생님들을 승진시키고 이동 배치하는 모든 게 교육감 한마디면 끝입니다. 그 막강한 권한을 교육감이 어떻게 쓰느냐. 선거 도와준 사람들 챙겨야죠, 학연 지연 혈연 다 따져야죠. 사돈의 팔촌까지 손이 안으로 굽는다고 이 사람 저 사람 챙겨줘야 하고, 결국 밀실에서 다 주무르는 거예요.”

이러다 보면 30세 전에 교육계에 들어와서 60세에 퇴직할 때까지 교사들과 교육전문직 종사자들이 그런 구조에 익숙해져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감이 혼자 모든 권한을 갖고 인사와 예산을 주무르는 한 그 밑의 모든 조직이 교육감 눈치만 보게 돼 있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돼요. 선생들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보다 장학사나 교육감한테 잘 보이는 것에 더 신경쓰는 구조니까 비리가 끊이질 않는 겁니다.”

비단 서울뿐이 아니다. 경기도교육청도 마찬가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김상곤 교육감에게 전교조 정치활동으로 문제가 된 교사들을 징계하라고 아무리 요구해도 듣지 않잖습니까. 교육감이 말을 안들으니까 교과부가 더 이상 말을 못하잖아요. 엄연히 공무원법 위반인데. 장관이 아무런 제재 권한이 없으니 결국 검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죠.”

문 교수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교육감이 갖는 제왕적 권력의 철저한 분배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교장이 교육감의 파트너이지 수하가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과거에 교육부에서 중앙집권식 행정을 탈피한다고 해서 권한의 상당 부분을 교육감에게 넘겼습니다. 그러면 이제 교육감이 권한의 많은 부분을 교장에게 넘겨줘야 해요. 그런데 주질 않아요. 권한을 배분하면 당국은 교장이 잘하는지 관리하고 감시하고 감독하면 돼요. 그저 교육감 눈치만 보게 만들고 자기 수하를 만들려고 하니까 그게 될 일입니까.” 결론은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을 다 분산시키라는 것이었다.

문 교수는 교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예산권도 행사하게 하고 사업 시행도 하게 하는 식으로 제도가 확 바뀌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잠시 화제를 돌렸다.

―한국에서 가장 존경하는 교육자가 누굽니까.

“한 분만 꼽자면 정원식 전 총리입니다. 저의 스승님이고, 바로 제 옆 방을 쓰셨고요. 그분 하고는 인연이 참 많아요. 그분이 교육부 장관에서 물러나신 뒤 제가 그 자리에 들어왔고. 선생님이 하시던 강의를 제가 하고….”

―스승으로부터는 뭘 배우셨죠.

“여러 가지인데… 한마디로 ‘품위’인 것 같아요. 교육자는 이런저런 데 한눈을 팔면 안 됩니다. 품위가 있어야 하죠. 그분 입에서는 품위가 없는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어요. 참 해박하고….”

―영향을 받은 서양의 학자는.

“아무래도 존 듀이죠. ‘민주주의와 교육’, 대단한 책 아닙니까. 국가의 첫번째 사명이 왜 교육이 돼야 하느냐는 것을 밝힌 사람이죠.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는 민주주의 교육 없이는 안 된다는 것, 공적 교육의 토대를 세운 사람입니다. 교육의 기회균등 개념이나 미국의 단선형 교육, 즉 모든 국민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거기서 나오는 거고. 사회주의에서 하고 있는 다형주의는 민주주의적 발상은 아니죠. 의무교육 때까지는 동일한 교육기회를 줘야 한다는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적인 교육개념을 정착한 이가 바로 듀이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을 묻자 ‘딥스’라고 답했다. “대학 들어와서 첫번째 본 책이 딥스입니다. 심리학 교육학에서 유명한 책인데, 4살짜리 자폐증 아이를 치료해가는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두번째는 인문학 분야에 눈을 뜨게 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사춘기 아이들에게 꿈을 가져다 준 책이죠. ‘껍질을 깨고 하늘로 날아갔다’는 대목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지금도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관계가 머릿속에 맴돌아요.”

문 교수는 감성지수(EQ·이큐)와 다중지능이론을 한국에 소개한 학자다. “도덕문제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별로 행복해 하지 않아요.(웃음) 하지만 줄기차게 해왔죠. 해야 하니까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도덕성의 내용은 정직성, 약속 지키기, 책임감, 타인 배려 등입니다. 앞 글자를 따서 ‘정약용 책 배달’이라고 얘기하죠.”

문 교수가 스스로 묻고 답했다. “교육의 핵심이 뭡니까.…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가진 능력을 계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아닙니까. 그것이 자아실현이에요. 그 아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언지를 발견해 주는 것, 꽃에 비유하면 가장 아름다움 모습으로 피울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교육의 목적이죠. 따라서 사람의 잠재 능력을 아이큐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아요. 사람 속에 숨겨둔 소질이 뭔지를 찾아야 하고, 그래서 이큐가 중요합니다.”

아이큐 측정의 구성 인자가 기억력, 계산력, 추리력, 언어능력 같은 것이라면, 이큐 측정은 인간관계, 인내심, 지구력, 분별력, 집중력 등을 구성 요소로 한다. 문 교수에 따르면 부모가 자식들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분별력과 건전한 사고능력이다. “사물의 본질, 잘잘못을 분간하게 하는 힘, 이게 얼마나 중요합니까. 학교 공부만 잘하는 게 좋은 건 아니잖아요. 인생을 길게 보면 인간관계를 잘 맺는 사람이 훨씬 더 중요하지.”

문 교수에겐 자녀가 둘 있다. 30세가 된 딸과 올해 만 20세를 채운 아들. 서울대 경영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큰 딸은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10살 터울의 늦둥이 막내는 재수해서 올해 체육대학에 들어갔다. “터울이 많으니까 참 좋던데요. 인생의 스펙트럼이 넓어지잖아요. 큰 애와 막내를 돌아가면서 대화하면 확 다른데요. 큰 애는 딸을 낳아서 내가 할아버지 노릇을 해야 하는데, 막내 하고는 엊그제 밤새도록 신입생환영회 기획안을 만들었어요. 하하하.”

교육계 원로 집안의 자녀 교육은 뜻대로 잘될까. “어휴, 그렇지 않아요. 내가 애들 키울 때 두 가지 목표가 있었어요. 하고 싶은 거 다 시키자, 책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자. 뒤의 것은 실패했어요. 책들을 잘 안 읽어요. 큰 딸이 공부 잘했어도 다양하게 읽진 않았거든요. 둘째는 더 하고. 우리 집사람도 책 좋아하고 저도 그러한데 왜 그랬는지. 심리학적으로 ‘포화’라는 개념이 있어요. 집에 책이 가득하고 주변 사람들 책을 너무 읽다보니까 포화에 의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거죠.”

유전인자가 아니라 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영향받는다는 말씀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키워주자는 첫벗째 목표는 이뤘다고 한다. “큰 아이는 수학과 과학을 잘해서 컴퓨터 쪽으로 나갔고 그 뒤에 경영정보로 간 거고요, 운동을 좋아하는 둘째는 체대에 진학했으니 나중에 체육선생님이 되겠죠.”

문 교수는 체벌 반대론자다. “그건 교육심리학 원론에 나온 얘깁니다. 효과가 없어요. 때리는 과정에서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낳게 할 수 있거든요. 매를 대면서 어떻게 교육의 자주성을 키우느냐고요.” 문 교수는 ‘인내심’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해도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같이 고통을 겪으면서 아이를 기다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특히 교사는 부모보다 아이 훈육에 있어 훨씬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이가 집단 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훈육하기 쉽고 따라서 ‘집단압력’을 잘 활용하면 매로 다스리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 선생님이 다 그런 식으로 교육하는데 우리만 유독 매를 들고 때리고 합니다. 일본도 엄하게 가르치긴 해도 매를 들지 않아요.”

맞은 아이들은 어디에선가 앙갚음을 하는 법이다. 아이를 때려서 가르치는 곳은 후진국밖에 없다는 것, 때려서 키우는 건 문명국에서 할 일이 아니라는 점도 알게 됐다. 굳이 체벌이 아니더라도 밥을 못먹게 하는 것도 화장실에 못가게 하는 것도 정서적으로 불쾌함을 주는 것도 모두 비교육적이란 것도 새로 배웠다. ‘바보처럼’을 아호로 갖고 있는 문 교수는 인터뷰 내내 삶의 지혜와 풍성한 깨달음을 전달해줬다.

인터뷰 = 허민 사회부장 minski@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10-03-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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